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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미래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steppingstone6871 2026. 6. 2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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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이란 ? 돈의 양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대

생산적 금융

 

최근 정부 정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생산적 금융'이라는 말, 그냥 또 하나의 정책 슬로건처럼 들리시나요? 사실 이 개념은 단순히 시중에 돈을 더 풀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금융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방향'을 바꾸자는 구조적 개혁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생산적 금융이 왜 등장했고,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돈은 많은데 왜 성장은 더딜까

한국 경제는 자금이 부족한 나라가 아닙니다. 가계와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고, 예금·펀드·보험·연금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이 시장을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돈이 정작 미래 성장 기반을 키우는 쪽으로 충분히 흐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시기, 금융회사들은 담보가 확실하고 회수가 쉬운 부동산 관련 대출에 집중했습니다. 가계도 자산 보전을 위해 주택 구입에 자금을 몰았죠. 그 결과 금융 산업 자체는 커졌지만, 정작 새로운 산업과 혁신 기업을 키우는 자금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셈입니다. 생산적 금융은 바로 이 '자금 배분의 왜곡'을 바로잡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왜 부동산 담보로만 돈이 몰릴까

이건 금융회사가 보수적이거나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부동산담보대출은 담보 가치가 명확하고 심사와 사후관리 방식이 표준화되어 있어 다루기 쉬운 자산입니다. 반면 기술 기업이나 지역 산업 전환 프로젝트는 평가가 까다롭고, 수익이 늦게 나며, 위험의 성격도 복잡합니다.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모든 금융회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경제 전체적으로는 혁신 기업과 미래 산업에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구조적 왜곡이 생깁니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회사에 "착한 마음으로 위험한 곳에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제도와 평가 기준 자체를 바꿔서 미래 산업에 돈을 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만들자는 접근입니다.

이론적 뿌리 — 슘페터, 케인스, 그리고 금융안정론

이 개념은 갑자기 등장한 유행어가 아니라 경제학의 오랜 논쟁과 맞닿아 있습니다.

  • 슘페터의 혁신 이론: 은행은 단순히 남는 돈을 전달하는 통로가 아니라, 신용을 창출해 기업가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 케인스의 투자 이론: 투자는 저축으로 자동 결정되는 게 아니라 기대와 분위기, 불확실성에 좌우됩니다. 금융이 단기 유동성만 좇으면 산업 투자보다 자산 거래를 부추기게 됩니다.
  • 현대 금융안정론: 개별 금융회사가 부실하지 않아도, 시스템 전체가 특정 자산(부동산)에 쏠리면 경제 전체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하면,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성장 정책이 아니라 금융 쏠림을 줄이는 동시에 성장 기반을 넓히는 일이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생산적 금융

 

해외에서는 이미 실험 중 — CHIPS법, 인내자본 검토, 이토 리포트

이런 고민은 한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배터리·청정에너지 분야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대출·보증을 결합했습니다. 핵심은 공공자금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조건으로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2017년 '인내자본 평가보고서'를 통해 혁신 기업이 스케일업 단계에서 겪는 장기 자금 공백 문제를 짚었습니다. 창업 초기 자금보다 더 어려운 건 그 다음 성장 단계의 자금 조달이라는 지적입니다.

EU는 택소노미와 녹색자산비율 공시를 통해 금융기관의 자산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배분되는지 드러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토 리포트(2014)는 기업의 자본 활용과 투자자와의 소통을 통해 장기적 기업 가치를 높이자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돈이 단기 가격 변동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혁신·성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생산적 금융 — 국민성장펀드와 지방 우대금융

한국 정부도 비슷한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150조 원 이상을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에 투입하는 구상으로, 정부보증채권과 민간자금을 절반씩 결합해 직접투자·간접투자·인프라 투융자·초저리 대출 등으로 나눠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정책금융의 지방 공급 비중을 점차 확대해 지역 산업 기반과 일자리로 연결하려는 '지방 우대금융' 논의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생산적 금융이 수도권 첨단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경제로도 확산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생산적 금융

생산적 금융이 성공하기 위한 5가지 조건

  1. 공급 규모가 아니라 효과로 평가해야 한다 — 몇 조 원을 풀었다는 발표보다, 그 자금이 실제로 새로운 투자를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합니다.
  2. 추가성을 따져야 한다 — 정책자금이 없었어도 가능했던 대출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담보가 부족한 기업, 지역 전략산업처럼 정책 지원이 있어야만 실행 가능했던 투자인지가 핵심입니다.
  3. 위험분담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 정부, 보증기관, 은행, 자본시장, 연기금이 각자 어떤 위험을 얼마나 부담하는지 정해져야 민간자금이 따라옵니다.
  4. 성장 단계별 자금 사다리가 갖춰져야 한다 — 창업 초기의 벤처투자부터 성장기의 메자닌·사모펀드, 이후 상장·M&A·회사채까지 단계별로 연결돼야 합니다.
  5. 금융회사의 평가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 단기 수익률과 담보 중심 심사를 넘어, 산업별 한도와 위험조정수익률, 민간자금 유치 실적까지 평가에 반영돼야 합니다.

생산적 금융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

생산적 금융 시대가 본격화되면 첨단산업, 에너지 전환, 지역 인프라, 성장기업 펀드 같은 영역이 점점 더 중요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정책이 붙었다고 무조건 좋은 투자는 아닙니다.

투자 상품을 볼 때는 어떤 산업이 유망한가보다 그 상품의 위험분담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책금융과 민간 운용사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회수 경로는 명확한지를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어떤 테마가 뜨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입니다.

금융상품

마무리 — 돈의 양보다 방향

한국 경제에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 돈이 어디로 흐르느냐입니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과 단기 수익에 머물던 자금의 물줄기를 기술 혁신, 산업 전환, 지역경제, 장기 투자로 돌리려는 시도입니다.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자금 배분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장기적 개혁으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 이 글은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회장(전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의 한국경제 기고문 내용을 토대로 핵심 논지를 재구성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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